나무도마 관리법 (곰팡이 제거, 사포질, 오일 시즈닝)
원목도마를 들어 올리다가 뒷면에 거뭇거뭇한 얼룩을 발견한 적 있으신가요. 저는 처음 그 순간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예뻐서 골랐던 도마가 불과 몇 달 만에 그 꼴이 되어 있으니 당혹감이 꽤 컸습니다. 나무도마는 관리가 어렵다는 말이 왜 나오는지, 직접 경험하고 나서야 제대로 이해했습니다.
## 나무도마에 곰팡이가 생기는 진짜 이유
원목도마에서 곰팡이가 피는 핵심 원인은 수분입니다. 그런데 물을 쓰는 주방에서 도마를 쓰면서 수분을 아예 차단할 수는 없죠. 문제는 사용 후 관리 방식에 있습니다.
나무는 미세한 기공(木材의 세포 구조 사이에 형성된 숨구멍)을 가진 자연 소재입니다. 기공이란 쉽게 말해 나무가 숨을 쉬는 통로인데, 이 통로로 수분이 스며들면 내부가 마르지 않은 상태가 유지되고 그 환경에서 곰팡이가 번식합니다. 칼자국이 깊어질수록 이 통로가 많아지기 때문에, 오래 쓴 도마일수록 더 취약해집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세척 후 수평으로 뉘어 보관하는 습관이 가장 문제였습니다. 양면이 동시에 노출되지 않으니 건조 속도가 절반 이하로 떨어지고, 접촉면은 거의 마르지 않는 상태가 반복되는 겁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짚고 싶은 것은, 많은 분들이 균을 잡겠다고 뜨거운 물에 도마를 담가두는 방식을 선택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오히려 역효과입니다. 고온의 물이 나무 내부로 급격하게 스며들고, 건조 과정에서 섬유질이 뒤틀리거나 갈라지는 크랙(나무 표면의 균열)이 발생합니다. 크랙이 생기면 오히려 수분이 더 잘 고이는 구조가 되어 곰팡이 환경이 악화됩니다. 식기세척기도 같은 이유로 피해야 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도마와 같은 조리도구의 위생 관리에서 사용 후 즉시 세척하고 완전히 건조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https://www.mfds.go.kr)).
## 이미 핀 곰팡이, 사포질과 오일 시즈닝으로 되살리기
검은 얼룩이 이미 생겼다면 두 단계로 접근해야 합니다. 표면을 되살리는 사포질(연마 처리)과 그 후 보호막을 입히는 오일 시즈닝(식품용 오일로 나무 표면에 코팅막을 형성하는 작업)입니다.
먼저 곰팡이 부위 처리입니다. 베이킹소다와 물을 2:1 비율로 섞어 걸쭉한 반죽을 만든 뒤 오염 부위에 두껍게 올리고, 그 위에 구연산 수나 식초를 뿌리면 탄산 반응으로 거품이 올라오면서 표면 오염물을 들어냅니다. 15~20분 방치 후 나무결 방향으로 솔질하고 찬물로 헹굽니다. 다만 저는 이 방법이 찌든 때 제거 보조 역할을 한다고 보고, 곰팡이 완전 살균을 보장한다고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얼룩이 흐릿하게 남거나 냄새가 반복된다면 다음 단계가 필요합니다.
사포질은 도마가 완전히 건조된 상태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축축한 상태에서 사포를 쓰면 나무 섬유질이 밀리며 표면이 더 거칠어집니다. 먼저 240방(거친 입자) 사포로 곰팡이 부위와 칼자국 심한 부분을 결 방향으로 밀어내고, 400방 이상의 고운 사포로 전체를 부드럽게 마무리합니다. 사포질 후 마른 천으로 나무 분진을 완전히 털어낸 뒤에 오일을 바릅니다.
오일 시즈닝 단계에서 오일 선택이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포도씨유나 식품용 미네랄 오일이 적합합니다. 일반적으로 올리브유도 괜찮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불포화지방산 비율이 높은 식용유는 공기 중에서 산패(지방이 산화되어 변질되는 현상)가 진행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특유의 찌든 냄새와 끈적임이 남습니다. 들기름, 참기름, 올리브유는 같은 이유로 피하는 것이 낫습니다.
오일 시즈닝 순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완전히 건조된 도마 표면 전체에 오일을 넉넉히 떨어뜨린다
- 마른 천이나 키친타월로 앞면, 뒷면, 옆면 테두리까지 골고루 펴 바른다
- 그늘지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도마를 세워 24시간 건조한다
- 이 과정을 2~3회 반복해 코팅막을 충분히 쌓는다
이렇게 오일이 나무 기공 속으로 스며들어 형성된 보호막을 시즈닝 레이어라고 합니다. 시즈닝 레이어란 쉽게 말해 천연 방수막으로, 이후 수분이나 식재료 즙이 나무 내부로 침투하는 것을 막아줍니다.
## 매일 5분으로 충분한 일상 관리 루틴
곰팡이를 한 번 제거하고 나서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일상적인 관리 습관을 점검해야 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엔 관리법이 복잡할 것 같아서 원목도마를 쓰기가 망설여졌는데, 막상 루틴이 잡히고 나면 그리 번거롭지 않습니다.
사용 전에는 도마 표면에 물을 살짝 묻히고 키친타월로 겉물만 닦아낸 뒤 사용합니다. 나무 표면에 수분 막이 먼저 형성되면 김치 국물이나 육즙 같은 색소성 물질이 기공 깊숙이 파고드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아줍니다.
세척할 때는 굵은 소금이나 베이킹소다를 표면에 뿌리고 부드러운 수세미로 문질러내는 방식이 현실적으로 잘 맞습니다. 일반 주방세제가 절대 금물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저는 그 부분은 조금 다르게 봅니다. 순한 세제로 빠르게 씻고 충분히 헹궈낸 뒤 세워 말리는 방식도 충분히 현실적인 관리법입니다. 중요한 것은 잔류 세제가 남지 않도록 헹굼을 충분히 하는 것과, 그 이후 완전 건조를 지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반드시 나눠 쓰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고기용과 채소용 도마를 분리하는 것입니다. 교차 오염(cross-contamination)이란 육류의 세균이 채소나 과일 등 날것으로 먹는 식재료에 옮겨가는 오염 경로를 말합니다. 한국소비자원 역시 도마 위생 가이드에서 식재료별 도마 분리 사용을 핵심 권고 사항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소비자원](https://www.kca.go.kr)).
보관은 반드시 도마 거치대에 세워서, 그늘진 통풍 공간에 두세요. 직사광선은 나무 내부 수분을 급격히 날려 크랙을 만드는 주범입니다.
나무도마를 오래 쓰면서 느낀 것은, 결국 이 도구는 예쁜 소품이 아니라 물기·칼자국·건조 상태를 꾸준히 살펴야 하는 조리도구라는 점입니다. 검은 얼룩이 깊거나 냄새가 반복적으로 돌아온다면 미련 없이 교체를 고려하는 것도 위생상 맞는 판단입니다. 잘 관리한 도마는 분명 오래 씁니다. 하지만 관리보다 교체가 나은 상태를 구분하는 것도 살림의 감각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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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blog.naver.com/kongdubu0505/224313259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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